유현주(26)는 건강하고 섹시한 골퍼로 한국 여자 골프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2017년 초 키 1m72cm에 탄탄한 몸매를 가진 그의 플레이 모습이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하면서 ‘미녀 골퍼’ ‘섹시 퀸’ ‘골프 여신’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숫자만 18만7000여명(4일 기준)일 만큼 팬들의 관심도 뜨겁다.
올해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조건부 시드를 따면서 복귀하는 유현주를 JTBC골프 매거진 5월호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유현주는 스스로 자신을 향한 시선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여자로서 ‘예쁘다’ ‘섹시하다’는 말을 듣는 건 최고의 칭찬이지 않나. 솔직히 미녀 골퍼로 뜨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내가 갖고 있는 색깔 그대로 필드에서 보여주자는 생각뿐이었다. 관심을 많이 가져주니까 당연히 힘이 난다”고 말했다. 스스로 자신의 몸에 대해서도 “100점 만점에 120점이다. 아빠한테 받은 뼈대, 엄마의 볼륨감까지 좋은 DNA를 물려받았다"던 그는 "갤러리들의 응원이나 관심에 내가 달라지는 걸 느낀다. 카메라도 그런 의미에서 좋아한다"고 당차게 말했다.
평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유현주는 '필드 위의 아티스트'라고 자신을 한 마디로 표현했다. 자신의 성격을 '오색 빛깔 같다'고도 표현했다. 당당한 자신감이 어디서 왔는지부터 궁금했다. 유현주는 "내 자신감의 출처는 내면"이라고 했다. 그는 “남들한테 부끄럽지 않게 하려고 스스로 당당하고 책임감있게 인생을 살려고 했다.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다져온 시간 안에서 어려움도 헤쳐 가니까 자존감이 세워졌다. 나만의 특별한 색깔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때 운동보다 미술을 더 좋아하던 그는 우연하게 접한 골프에 재미를 느껴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골프를 시작했다. 그러나 남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예상보다 컸던 경제적인 부담에 수월하게 선수의 꿈을 키워가기 쉽지 않았다. 유현주는 스스로 부딪혔다. 골프 연습장에서 주어진 연습 시간에 할 수 있는 한 많이 연습했다. 전담 코치는 없었다. 연습장에 있는 프로들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받으면서 골프를 배웠다.
그리고 만 17세였던 2011년에 유현주는 한 해에 세미 프로부터 KLPGA 입회, 1부 투어 입성을 모두 이뤘다. 시드전 본선에서는 전체 3위로 1부 투어에 입성했다. 기대감은 컸지만 프로 무대는 녹록치 않았다. 2012년 프로 데뷔 첫 해에 16개 대회에서 8번 컷 탈락했고, 상금 순위 73위에 그쳤다. 이듬해에도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던 그는 그동안 갖고 있던 골프에 대한 생각이 흔들렸고 프로 3년차였던 2014년 아예 골프를 그만 뒀다. 유현주는 "솔직히 중·고등학생 때까진 부모님한테 인정받고 싶은 마음으로 골프를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프로 첫 해에 스스로 보잘 것 없게 느껴졌고 한없이 작아지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내 정체성이 골프에 의해서 변하는 게 싫었다. 골프를 그만 뒀을 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연습장에서 레슨하면서 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골프를 잠시 내려놓고 다른 경험을 했지만 유현주가 다시 찾은 것은 결국 골프였다. 잘할 수 있는 걸 다시 해보자며 골프 클럽을 다시 쥐었다. 물론 그새 생각을 바꿨다. 부모로부터 독립하면서 스스로 삶을 개척하고 부딪히려고 했다. 그는 "누구한테 인정받겠다는 마음보다는 스스로 만족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만의 색깔을 내고 싶었다"면서 "다른 사람이 가는 똑같은 길을 가고 싶지 않았다. 내 스스로 의지를 갖고 다시 시작한 것 자체로도 성공적"이라고 했다. 2018·2019 시즌에 KLPGA 투어 시드를 잃었던 유현주는 지난해 말 시드전에서 35위에 올라 올해 25개 이상 대회에 나설 수 있는 조건부 시드를 확보했고 3년 만에 다시 1부 투어를 밟는다. 유현주는 "다시 골프를 하면서 생각한대로 천천히 가고 싶었는데, 많은 관심과 사랑에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적도 있었다. 그래도 프로에서 처음 힘들었을 때보단 괜찮았다. 실력을 꾸준하게 쌓아야겠다고도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유현주의 롤 모델은 재미 동포 골퍼 미셸 위다. 유현주는 "초등학생 때 갤러리로 미셸 위를 멀리서 본 적이 있다. 멋있더라. 퍼포먼스와 스타성을 함께 갖춘 게 동경스러웠다. 미셸 위를 만난다면, 수많은 관심을 받는 무대에 섰을 때 그런 느낌을 즐기면서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많은 걸 하고 싶은 유현주지만 '다른 것에 더 신경 쓰는 골퍼'라는 선입견을 넘어야 하는 건 풀어야 할 과제다. 그도 그런 시선을 잘 알고 있었다. 유현주는 "나만의 색깔을 갖고 플레이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꾸준히 성장해왔다고도 본다. 성장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보완하고 올라가다 보면 언젠가 결과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날도 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출처 : 중앙일보)